donghyeun0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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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녕하세요, donghyeun02입니다.

01사라지지 않는 글을 만들고 싶었다

원래는 "내가 쓴 글이 나중에 블로그 플랫폼이 망하거나 계정이 날아가도 안 사라졌으면 좋겠다"는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.

예전에 써둔 글들을 보면 참 서툴고 부끄러운 문장이 널려있는데 이상하게 그 어설픈 글들이 다 그때의 내 생각과 시선이 담긴 흔적이더라고요. 그냥 사라지는 게 아쉬웠습니다.

그래서 "그러면 평생 안 지워지게 만들어볼까?" 하고 약간 엉뚱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.

글 원본은 IPFS에 올리고 그 해시값(CID)을 Polygon 블록체인에 박아버리는 Web3 블로그를 직접 짜기 시작했습니다. 가스비 터지고 RPC 에러 나고 메타마스크 연결이 안 돼서 며칠 동안 삽질을 좀 했습니다. 그래도 어찌저찌 완성을 하고 나니 "내 글은 이제 지구 멸망 전까지 안 사라진다" 하는 묘한 뿌듯함이 생겼습니다.

02완벽한 그릇을 만들었는데, 담을 게 없네?

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습니다.

영원히 안 지워지는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어놨는데 막상 거기에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 겁니다.

처음엔 남들처럼 공식 문서 잘 요약해서 정리해볼까 했습니다. 근데 조금만 생각해보니 어차피 공식 문서가 나보다 100배는 더 정확하고 업데이트도 빠릅니다. 굳이 내 블로그까지 와서 내 부족한 요약본을 읽을 이유가 전혀 없더라고요.

그렇게 한동안 글 하나 안 올라가는 빈 블록체인 트랜잭션만 바라보며 멍을 때렸습니다. 그러다 얼마 전 과거의 제 삽질 하나가 떠올랐습니다.

AWS 쓸 때 NAT Gateway 비용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.별생각 없이 붙여뒀더니 한 달 뒤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비용 청구서가 날아왔죠.

안 되겠다 싶어서 "그냥 제일 저렴한 EC2 하나 띄워서 직접 NAT 서버로 쓰자" 하고 리눅스 iptables로 IP 마스커레이딩 세팅하고 소스/대상 확인(Source/Destination Check) 옵션 끄고 난리를 쳤습니다. 몇 시간 동안 온갖 블로그 뒤져가며 겨우 성공시켰고 만족스러워하며 넘어갔습니다.

그리고 몇 달 뒤, 정확히 똑같은 세팅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왔습니다.

제 머릿속엔 "아 맞다… 그때 iptables 뭐 건드렸고 콘솔에서 옵션 하나 껐었는데… 그거 뭐였지?" 하는 하얀 백지장만 남아있었습니다. 분명 내 손으로 피 땀 흘려 해결한 문제인데 기록을 안 해두니까 과거의 나한테 아무런 도움도 못 받았습니다. 구글 검색창에 AWS EC2 NAT 인스턴스 세팅을 처음부터 다시 검색하고 있더라고요.

03문서는 정답을 적고, 블로그는 쓰임새를 적는다

그때 깨달았습니다. "아, 내가 블로그에 써야 할 건 공식 문서 요약이 아니라 실제 쓰임새와 고생의 흔적이구나."

공식 문서는 정말 친절하고 정확합니다. 무엇이(What), 어떻게(How) 동작하는지 완벽하게 알려줍니다. 하지만 정작 문서를 보고 있으면 "그래서 이 기술을 정확히 어떨 때 써야 하는 거지?", "어떻게 활용해야 성능과 효율이 더 잘 나오는 거지?" 같은 실무적인 의문엔 답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.

그 막힌 속을 뚫어주는 건 항상 공식 문서가 아니라 토스, 당근, 우아한형제들 같은 기업들의 기술 블로그였습니다.

"우린 수백만 트래픽 속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 기술을 도입했고, 이렇게 구조를 잡았더니 효율이 훨씬 올라갔습니다."

이런 실제 서비스의 쓰임새와 적용 사례를 접하고 나면 "아, 이 기술은 이렇게 쓰는 거구나! 여기서 이렇게 응용하면 훨씬 좋겠네" 하고 감이 잡힙니다. 신기하게도 남들의 실무 경험을 거쳐 다시 공식 문서로 돌아가면 이전에는 안 읽히던 정제된 문장들이 비로소 다르게 읽히기 시작합니다. 지식이 늘어난 건 아닙니다. 문서에 던질 진짜 '질문'과 '맥락'이 생긴 겁니다.

04그래서 이 블로그는

공식 문서가 완성된 정답을 말해주는 곳이라면, 제 블로그는 완성되기 전까지 겪은 온갖 고민과 쓰임새의 자국을 남기는 공간입니다.

  • 단순 명세만 봐서는 몰랐던 기술의 실제 쓰임새와 효율적인 활용법
  • 두 개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하나를 고른 현실적인 이유
  • 에러 메시지도 안 떠서 사람 피말리게 했던 설정 하나
  • 남들 사례를 읽고 깨달아서 공식 문서로 다시 돌아간 순간들

정답은 공식 문서에 다 있습니다. 저는 그냥 제가 개발하면서 겪은 솔직한 실패와 고민, "왜 이렇게 처리했는가"에 대한 흔적을 이 블록체인 위에 묵묵히 새겨두려고 합니다.

나중에 또 똑같은 에러 만나서 멍때릴 미래의 나를 위해서, 그리고 혹시나 구글링하다가 제 블로그에 흘러들어와 30분 일찍 퇴근할 누군가를 위해서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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