학교 와이파이에 접속할 때마다 IP가 바뀐다
"바뀌는 게 문제일까, 아니면 당연한 걸까?"
며칠 전, 학교에서 네이버 클라우드 교육을 듣다가 서버 접속 과정에서 타임아웃이 떴었다.
어제까지만 해도 잘 접속되던 서버가 갑자기 들어가지지 않는 것이다.
"어제는 멀쩡했는데... 그새 서버가 죽었나?"
같은 강의실에서, 같은 와이파이였으니 처음에는 당연히 서버 쪽 문제라고 생각했다.
그런데 서버 보안그룹 인바운드 규칙에서 'My IP'를 눌러보니, IP 주소가 바뀌어 있었다.
어제와는 다른 IP 값이었다.
그 후로 IP는 계속 바뀌었고, 이게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궁금해졌다.
IP는 고정된 주소가 아니다
흔히 IP를 집 주소에 빗대어서 생각한다. 한 번 정하면 그대로 유지되는 것처럼.
하지만 학교, 공공기관, 기업 네트워크에서는 IP는 고정된 주소가 아니라 "잠깐 붙여주고 떼는 주소" 에 가깝다.
- 네트워크에 접속 -> IP 하나 받음.
- 연결 종료 -> IP 반납
- 다음에 접속 -> 같은 IP 일 수도 있고, 아닐 수도 있음.
네트워크 입장에서 중요한 건,
"접속하는 사람이 누구인 지"보다 "어디서 접속을 한 건지"에 더 가깝다.
그래서 학교같이 사용자가 계속 이동하는 환경에선 IP가 바뀌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것이다.
DHCP, 자동 IP 할당의 기본 메커니즘
대부분의 학교, 기관망에서는 DHCP를 사용해 IP를 자동으로 배정한다.
DHCP는 다음과 같이 동작된다.
- 클라이언트가 네트워크에 접속하면서 DHCP Discover 브로드캐스트 요청을 보냄.
- DHCP 서버가 응답으로 DHCP Offer (사용 가능한 IP 제안)을 보냄.
- 클라이언트가 Offer 받은 IP를 요청하는 DHCP Request 메시지를 보냄.
- 서버가 최종 승인으로 DHCP ACK을 보내며 IP와 네트워크 설정을 전달.
기기 : 저 네트워크 쓸게요 !
DHCP 서버 : 넹, 이 IP 쓰세요. 시간 지나면 반납하시구요.
이런 4단계 과정(DORA)을 통해, 기기마다 고정 IP를 일일이 설정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, 그리고 동적으로 IP를 부여받을 수 있다.
또한, DHCP가 할당해 주는 IP는 "임대(lease)" 개념이다.
즉, 그 IP를 영구 할당받는 건 아니며,
일정 시간이 지나면 반납되거나 갱신되어,
다른 기기에 넘어갈 수 있다.
이 때문에, 유동 IP(Dynamic IP) 방식에서는 기기가 네트워크에 접속할 때마다 같은 IP를 받는 것이 보장되지 않는다.
결국, DHCP의 핵심은 "필요할 때 잠깐 빌려 쓰는 주소 체계" 라는 것이다.
학교, 기관에서 IP가 유독 자주 바뀌는 이유
- 접속하는 기기가 매우 많고 수시로 바뀐다.
- 사람과 기기가 자주 이동한다.
- 네트워크 구성과 관리 부담을 줄여야 한다.
- 사용자가 많아, 모두에게 고정 IP를 줄 수는 없다.
이럴 때는, 고정 IP보다 동적 IP + DHCP + IP 재활용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고 현실적이다.
네트워크 관리자 입장에서도
- IP 주소 풀을 중앙에서 관리하고 재활용 가능
- IP 고정 설정에 따른 오류 / 관리를 피할 수 있다.
- 한정된 IP 리소스를 절약하면서 더 많은 기기를 수용할 수 있다.
즉, 내 노트북에서 IP가 바뀌었다는 건 "대규모 환경에 맞춘 네트워크 설계"인 것이다.
내부 네트워크 구조
[노트북] → [AP] → [건물 스위치] → [코어 스위치] → [DHCP 서버]
↘ [VLAN 별 IP 풀]
각 VLAN마다 범위가 다르다.
- IT관 1층 : 10.1.0.x
- IT관 2층 : 10.1.12.x
- 도서관 : 10.40.x.x
같은 건물이라도 층만 달라져도 IP 대역은 달라진다.
그러니 IP가 바뀌는 건 설계된 대로 잘 작동되는 것이었다.
내부 IP가 바뀌면 '공인 IP'도 바뀐다
클라우드 보안 그룹에서 보이는 "내 IP"는 내 노트북의 사설 IP가 아니라 학교 밖으로 나갈 때 사용하는 공인 IP(Public IP)이다.
학교망에서는 VLAN이 달라지거나 다른 게이트웨이(NAT 장비)를 거치면 외부에서 보는 공인 IP가 달라질 수 있다.
즉,
- 내부 IP가 DHCP에 의해 바뀌고
- NAT 경로가 달라지면서
- 결국 외부에서 보는 IP도 바뀐다.
그래서 다음 날 보안 그룹의 My IP 값이 달라지는 것이다.
내부 IP 변화 + NAT 변화 = 보안 그룹에서 보이는 IP 변화
고정 IP보다 유동 IP가 더 안전한 이유
기관망 보안은 IP 고정보다 사용자 인증 + 접속 로그가 훨씬 더 중요하다.
- 고정 IP는 관리가 복잡하고 추적도 어렵다.
- 유동 IP는 DHCP 로그 + 인증로그로 "누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"를 확인할 수 있다.
- 악성 사용자가 동일 IP를 계속 쓰는 것도 막을 수 있다.
즉, 보안 관점에서도 IP는 주기적으로 바뀌는 게 정상적이고 유리하다.
DHCP의 충돌 방지
이렇게 IP를 자동으로 나눠주다 보면, 중복 주소로 인한 충돌이 생기지 않을까?
DHCP 서버는 내부적으로 IP 풀을 가지고 있고,
- 어떤 IP가 누구에게 임대(lease) 되었는지
- 어떤 IP는 사용 중인지
- 어떤 IP는 예약인지
이런 걸 모두 기록한다.
그리고 이미 임대된 주소는 절대로 다시 주지 않는 방식으로 동작한다.
이미 임대된 주소는 다시 배정하지 않으므로, 이론상 충돌이 생기지 않는다.
어제 접속됐던 서버가 오늘 막힌 이유는, 네트워크가 고장난 게 아니라 설계대로 작동한 것이었다.
IP가 바뀐 건 DHCP가 임대를 갱신한 것이고, 그게 유동 IP 구조의 정상 동작이다. 불안정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.